다음 커뮤니케이션에 계시는 에반젤리스트 (로 알고 있다) 윤석찬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SBS 에서 얼마전에 방영한 종교 다큐멘터리 4부작에 대한 생각을 올리셨다.


차분한 태도로 여러 면을 살피면서 쓰신 좋은 글이지만, 글에서 엿보이는 좋은 태도와는 별개로 기본적인 시각 자체는 우리가 그동안 흔히 접할 수 있는 주류 개신교인의 그것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도입부의 TV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그러한 모습이 엿보인다.

솔직히 이 프로그램의 내용은 '비교 종교학'적 관점에서 보면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다.  그동안 부각되지 않았던 종교학자들과 신학자들의 다양한 견해들을 종합적으로 편집해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좀 충격적인 이유는 국내 개신교도들이 이러한 견해에 대해 충분한 지식이나 대응 논리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윗 부분을 읽으면서 내심 걱정이 되었다.  '전혀 새롭지 않은 내용이지만 국내 개신교도들이 별로 접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라면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뉘앙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염려는 사실로 드러난다.

하지만, 목사님들은 교회에서는 일반 신도들에게 절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신학(神學)이란 것 자체가 인간의 관점에서 보는 하나님에 대한 학문으로 기반이 인간의 기록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인간의 지식이 하나님을 개인적으로 체험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난히 지식과 이성을 도외시하고 영을 강조하는 한국 개신교의 입장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신학이 인간의 사고와 언어에 바탕을 둔 2차적인 생성물이기 때문에 (그보다 차원이 높은 1차적인 생성물인) 개인의 은밀하고 직접적인 체험에 걸림돌이 된다는 입장이다.  이어지는 문장을 보자. 

만약 신앙을 역사적 배경과 지식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다른 종교가 나와 다르지 않음을 인정하고자 한다면 그 신앙이 지식 이상이 될 수 있을까? 마치 '사랑'에 빠질때도 합리적으로 분석해서 사랑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를 선택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실 위의 문장에서 문제가 된 것은 "만약 신앙을 역사적 배경과 지식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가 아니라 "다른 종교가 나와 다르지 않음을 인정하고자 한다면" 이다. 하나님만이 유일한 신이며 다른 종교는 좋게 봐줘야 인간의 산물이고 나쁘게 보면 악마의 발명품이라는 기독교의 시각에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의견인 것이다.  그런데, 두 문장이 함께 연결되어있다는 점에서 윤석찬님은 기독교 신앙이 역사적 배경과 지식을 통해서는 얻어질 수 없으며, 오히려 다른 종교와의 구별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개인의 체험보다 더 높은 권위를 자랑하는 성경 말씀을 보도록 하자. 구약 성경에서 신께서 모세에게 나타나서 사명을 주실 때 "나는 네 조상의 하나님이다" 라고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출애굽기 3장 6절). 이처럼 역사적 배경을 신께서 몸소 들먹이며 자신의 진실성과 정통성을 납득시키려는 이러한 진풍경이 구약 성경에서는 수도 없이 등장한다. 불길에 휩싸인 채로 타서 사그라들지 않는 떨기나무를 보여주는 것보다 자신의 조상을 이끌어준 신임을 밝히는 것이 더욱 큰 신뢰를 주었던 것이다.

실제로 성경 자체가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를 통해 하나님을 전하는 기록물이 아닌가. 성경이 현재의 형태로 정착한 기원후 2~3세기로부터 적어도 1700 년 이상 지난 오늘날, 신학과 고고학의 도움 없이 성경 말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극한의 자기 교만에 가깝다.

종교적 신앙이라는 것은 '개인적 체험을 통해 가치관과 세계관'을 정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관을 가지고 조용히 사회를 변혁하는 것이다.

석찬님의 위 말씀에 대해서는 적극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동시에 개인적 체험이 가진 한계와 위험성을 인정해야 한다. 인간의 체험은 결국 자신의 사고를 통해서 해석되고 기억 속에 보존되므로 그러한 관점에서 볼때 앞에서 지적한 신학과 동일한 한계를 가지게 된다. 적지 않은 종교 지도자들이 개인의 체험에 매몰되어 다른 길로 빠지는 - 그런 것을 '이단' 이라고 부른다 - 사례를 지겨울 정도로 보지 않았는가.



덧. 이 글은 2부로 구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 윤석찬님의 글 중 1부에 해당하는 "종교는 개인의 체험과 영성에 기초해야" 에 대한 반론에 해당한다. 다음 글에서는 2부에 해당하는 "기독교는 사회적 가치가 높은 종교" 중의 일부에 대해서도 다루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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