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집 짓고 온 - 정확히는 콘크리트 바닥 으깨고 돌 치우고 온 - 이야기를 쓸 차례지만 지금 도저히 그럴 때가 아니다.

1일 새벽 3시경부터 강경진압으로 급선회하면서 부상자, 그것도 여성이나 학생들이 다치는 일이 속출하고 물대포 맞아서 실명 위기에 빠진 사람도 나타났는데 내가 팔자 좋게 그런 이야기나  쓴다면 난 두고두고 부끄러워서 못견딜거다. 사실 지금도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오늘 집회 나갔다가 괜히 붙들리거나 다치면 출근에 지장이 있다' 라는 말같지도 않은 이유로 그저 곁에서 구경만 하다 온 사람으로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번에 정말 놀란 건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의 스펙트럼이 아주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손주가 (위험할지도 모르는) 쇠고기 먹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는 할머니,  화염병이나 돌도 안 던지는데 물대포와 방패로 내려치는 게 말이 되냐는 아저씨, 대통령이 너무 우리 말 안 들어줘서 어쩔 수 없다는 주부 등등....  공통점이라고는 대한민국 시민이라는 것뿐.  그리고 10대 중고딩들이 물대포 맞고 그러면서도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는것도 놀라웠다. 맨날 연예인이나 좋아하고 아무 생각도 없는 애들이라고 폄하했는데 그게 얼마나 편견에 사로잡힌 것이었는지.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 (펌)   우리 아빠가 지하 취조실에서 얻어낸 민주화에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80년과 2008년


위 그림은 다음 글에서 퍼온 것이다:  멕시코 수십만명 시위에 있었던 학생입니다.


강경진압의 피해자로 결국 실명 위기에 처한 사람도 나타났다.

* (오마이뉴스)  물대포 직접 맞은 30대 시민 '반실명 상태'

분명히 예전처럼 사과탄, 지랄탄이 도시를 온통 휘감던 때보다는 온건한 편이지만 지금 시민들은 화염병, 돌, 쇠파이프같은걸 전혀 쓰지 않는다는 걸 잊지말자. 테러리스트를 상대하려고 만들어진 경찰특공대(SWAT)가 투입되는 일도 벌어졌다. 극도의 스트레스에 흥분하기 쉬운 상황인지라 나이 어린 전경들이 자칫 흥분해서 과도한 폭력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 내 아끼는 동생(물론 친동생은 아니죠)도 방패에 맞아 팔이 부러졌다.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게 말이 되는 짓이냐?



어제 집회에서 가장 위험했던 장소에 있었던 - 결국 팔이 부러졌던 - 동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들인지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폐인이니 뭐니 맨날 비웃음의 대상인 디씨 음식갤러리에서 1500명분의 김밥과 물을 준비하고, 전날 물대포에 당했던 사람들이 애써서 담요와 비닐 우의를 가져오고, 병원 레지던트가 자발적으로 와서 다친 사람 - 시민과 전경 구별없이 - 치료해주고. 이게 민주국가가 아니면 뭐가 민주국가고 민주시민이 아니면 누가 민주시민이란 말이냐.

마지막으로 허지웅님이 쓴 글의 링크를 건다:  비폭력을 쉽게 말하지 마라


덧. 마지막으로 인용한 글에 대한 반론 또한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하여 링크를 건다.

* 메카닉이론 - Mechanical Igloo  해도 될 소리가 있고 안될 소리가 있지,  이딴 식으로 말하나?

덧. 다음 글과 그리고 그 아래 달린 숱한 댓글 또한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아마도 읽다 보면 어떤 입장에서든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리라 생각한다. 많은 부분에서 동의하는 사람들끼리도 한가지 각론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되는지 볼 수 있는 좋은 예가 아닐까.

* art.oriented  이해할 수 없는 촛불 문화제


덧. 아무래도 내가 뭐라뭐라 쓰는 것보다는 좋은 글을 소개하는게 더 나을거라고 생각된다.

* 김홍기의 문화의 제국   뿌린대로 거두리라.....살수차에 대한 단상

* 민노씨.네    촛불시위 단상 - 이명박 찍은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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