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은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쓴 글인데 내용 보강하려다가 지금까지 파묻어 두었다 ㅡ.ㅡ









일단 라스베리 향이 나는 것 같다. 입에 넣기 전 진하게 풍겨오는 특유의 향이 호감도를 높이면서 그리 무겁지 않다는 느낌이 좋다. 뒷맛도 그리 쓰지 않은 편으로 바디감은 떨어지지만 포도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무난한 선택으로 괜찮겠다.

당시 가격은 대형마트에서 1만원 미만으로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더 이상 안 나오거나 이거보다 약간 급수가 높은게 1만원 중반 ~ 2만원 대로 나오던가 할 듯. 적어도 이것보다 더 나을테니 괜찮은 선택이다.

그러고 보면 와인 유행도 한물가서 지금은 사람들이 자꾸 일본술 (사케) 를 찾는다. 과실주라는 특성 때문에 다음날 숙취로 고생하는 사람도 있고, 포도주가 기본적으로 기름진 안주와 어울리기 때문에 - 벼라별 실험을 다 해 본 다음에 내린 결론. 그나마 생선과는 잘 어울리는 편이지만 야채와는 정말 안 맞는다 - 즐기기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김치찌개나 오뎅탕에 와인 은 영 안 맞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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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홍대 한 구석에 오픈한 티케tyche - 와인바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포지션임을 강조하기 위해 casual wine place 라고 하더군 - 가 좋다고 형진이와 종기가 입을 모으길래 형진이에게 부탁한 것도 받을 겸 만나서 찾아가 보았다.

나름 포도주를 좋아하고 또 열심히 체험해 보려고 하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인하여 마셔본 게 얼마 안 되는 터라, 이런 곳에 가면 결국에는 가게의 도움을 받는다. 안그래도 구름같이 많은 제품이 있는데 어설픈 지식을 과시하려고 하기보다는  "단 맛이 덜하고 나무 향이 나는 것 없나요?" 라거나 "마신 다음에 뒤에 남는 느낌이 개운한 게 좋아요" 라거나 그도 아니면 "얼마전에 xxx 란 걸 마셨는데 그런 게 또 있을까요?" 정도로 얘기하면 그것으로 충분.

좌우지간.... 오늘 추천받은 것은 트럼페터 말벡Trumpeter Malbec 으로 메뉴를 보다 보니 옆에 (디캔터) 라고 설명이 있어서 "어헛? 디캔팅을 해주나?" 하고 물어봤더니 해준단다. 신의 물방울에서 워낙 디캔팅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려 놓은 것도 있고 해서 그걸로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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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인공 Trumpeter Malbec. 마시는데 정신이 팔려 디캔터는 찍을 생각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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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기 그지없는 라벨. 신대륙 쪽 와인들은 대개 라벨이 간단해서 보는 사람을 주눅들게 하지 않는다.


디캔팅 전에 잠깐 테스트로 따라준 것을 마셔보니 뒷맛이 약간 거칠어 아직 숙성이 덜 된 듯한 느낌인데, 디캔터로 옮긴 후 시간이 갈 수록 점점 부드럽고 매끈해진다. 나중에는 너무 얌전해진 느낌도 들었으나 아마도 그건 시간이 지나면서 알콜의 작용으로 혀가 둔해져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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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A Set. 양이 적지 않다. B Set 정도 되면 서넛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 ※ 한병을 다 비우고 남은 것들입니다.


casual wine place 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게 메뉴판의 가격은 기존 와인바보다 확실히 저렴한 편이다. 물론 모든 종류에 대해서 다 그런건 아니지만, 대형마트에서 3만 5천 ~ 4만원 사이에 판매하는 몬테스 알파 Montes Alpha 계열이 5만원대인 것을 보면 마진을 많이 붙이는 건 아니다. (몬테스 알파는 가게에 따라 5 ~ 8만원 정도 받는데 동네 및 표방하는 가게 포지션에 따른 결과다. 12만원인지 18만원인지에 내놓는 곳도 있었는데, 그럴 만한 가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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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며 신의 물방울(?)을 음미하기 좋은 사이즈의 테이블. 가게 분위기도 좋은 편.


특히나 메뉴판이 아주 마음에 들어서 와인을 접해 보려는 분에게 괜찮은 가게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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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벡처럼 터프한 그넘 [model:K.H.J]


윗 사진에 보시는 대로 와인 명 아래에 신의 물방울 스러운 설명이 없는 대신 어떤 표시가 붙어 있다. 이것을 좀 더 자세히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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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 마다 탄닌 (떫은맛과 관계되는 요소), 신맛, 당도, 바디 를 수치로 표시해서 어떤 특성이 있는지 감을 잡기에 좋다. 이왕이면 어떤 향을 즐길 수 있는지 써주면 더욱 더 좋을텐데 - 아직 바뀌는 중이라고 하니 완성된 메뉴판을 기대해 보자.

첫 인상이 괜찮은 곳이라서 집중적으로 방문해 얼굴을 터놓을까 한다. :)

참고. 종기가 쓴 소개글을 보고 싶으시면 여기를 클릭

덧. 신의 물방울 스럽게 설명하자면 "알팔파 향이 물씬한 아르헨티나 초원에서 석양에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그 남자는 낡은 트럼펫을 불기 시작한다. 거친 연주지만 점점 부드러워지면서 여운을 남기는 소리. 그러나 그 남자는 등을 돌리고 있어 얼굴을 알아볼 수 없어......" 스러운 와인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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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예전부터 포도주(나는 왜 사람들이 와인, 와인 이러는지 잘 이해는 가지 않지만. 전통적인 와인 제조법에 의해 만든 술과 기타 제조법으로 만든 포도 술을 구분하기 위해서 그렇게 됐다고 보고, 때에 따라 포도주와 와인이란 용어를 맘대로 섞어 쓰기로 하였다)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렇게 가격차이가 심한 술도 별로 없을 것이다. 역시 포도주를 즐기는 학교 선배의 말로는 "2만원은 넘어야 마실 만한 맛이 나" 라고 하는데 내 경험으로도 3만원 넘어가는 제품과 그 밑의 제품은 대번에 '어 맛이 다르네' 싶을 정도로 차이가 났었다.

그래도 그렇지 양으로만 따지면 소주 두 병 정도밖에 안되는데 몇만원씩 들어간다면 이게 왠 호사란 말이냐. 싸구려 중에서도 분명 마실 만한 좋은 포도주가 있을 것이란 생각에 홈플러스 주류 매장을 탐험하기로 마음먹었다. 1만원 이하의 저가로 시작해서 궁극적으로는 7 ~ 8 만원대까지 맛을 보고 내 느낌을 적어두는 장기간의 프로젝트이다.

몇가지 기본적인 규칙은 다음과 같다.
  1. 가격대를 섞지 않는다. 1만원 이하를 충분히 섭렵한 이후에야 1만원 ~ 2만원대로 넘어가고, 단계를 건너뛰거나 이번에는 7천원, 다음에는 4만원 이런 식으로 널뛰는 일이 없도록 한다.
  2. 품종은 따지지 않는다. 단일품종으로 만든거랑 혼합한 거랑 어느 게 더 나은지 판단할 미각이 아직 나에겐 없다.
  3. 빈티지 역시 따지지 않는다. 사실 빈티지를 따질 정도면 전문매장(와인샵)에서 사는게 낫다.
  4. 붉은 포도주에 전념하며 화이트나 로제, 아이스바인은 애초에 고려하지 않는다.

오늘은 그 1탄으로 국산 브랜드인 두산의 '마주앙 멜로 Majuan Merlot' 를 소개한다. 마주앙은 국산 1호 와인 브랜드로 실제로 포도주를 생산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해외의 생산자와 계약을 맺고 현지에서 생산한 제품을 들여와 (병입까지 해외에서 마치고) 판매하는 일이 더 많은 것 같다. 그게 꼭 나쁘지만은 않은 것이 우리나라가 포도주 생산에 적합한 토양이나 기후 같지도 않아 무리해서 국내 생산을 할 필요도 없을 뿐더러 은근히 괜찮은 포도주를 들여오기 때문에 그리 비싸지 않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주앙 이름을 달고 나온 흰 포도주들은 꽤 괜찮았지만 붉은 것들은 좀 아니다 싶은 경우가 많아 이 기회에 재검증을 하고 싶었다.

품종: 메를로(Merlot)
산지: 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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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표준적인 디자인으로 이전 마주앙 레드의 디자인보다 많이 차분해졌다. Merlot 품종의 한글 표기를 '멜로' 라고 했는데, 발음상 정확한 표현인지는 모르나 멜로드라마 같은 것을 연상시키는 부작용 (어쩌면 이런 효과를 노렸을지도?) 이 있어 내 보기에는 '메를로' 라고 하는게 더 낫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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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
포도주 자체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 포도 품종의 이름, 산지, 생산자 정도만 있으며 등급이 어떤지 등은 일절 나와 있지 않다. 하기야 이 가격대면 보나마나 테이블 와인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뜻밖에 병마개는 코르크라서 기분이 좋다 (저가 포도주의 경우 플라스틱 마개를 쓰는 경우가 제법 있다)

맛:
사실 지금까지 경험했던 저가형 메를로와 별로 다르지 않다. 까베르네 쇼비뇽 보다 쓴 맛이 강하다는 느낌이다. 어쩌면 이것은 품종 자체의 쓴 맛이 아니라 아직 숙성이 덜 되어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요즘 강하게 든다. 그렇다면 디캔팅을 하거나 뚜껑을 열고 잔에 따른 후 어느 정도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음미할 필요가 있는데, 한시간 남짓한 시간에 다 마셔버리고 말았다.

향:
평범했다. 와인의 경우 아로마aroma 와 부케bouquet 라고 해서 향을 가리키는 용어가 따로 있는데 지금 나로선 둘을 구분할 만한 능력은 아니다. 좋은 메를로 포도주를 접한 적이 없어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그닥 개성적이거나 복합적인 특유의 향을 느껴본 적이 없다.  마주앙 멜로 역시 마찬가지.

결론:
앞으로 두 번 정도 더 실험해볼 생각이다. 숙성시킬 환경도 마음의 여유도 없으니 뚜껑을 딴 뒤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나서 마셔봐야겠다.

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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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3가 어느 건물 (명보극장 맞은편으로, 을지로3가역 9번  출구에서 좀 걷다 보면 나온다) 2층에 있는 카페. 간판의 타이틀인 Benny Goodman 과 '영국식 차' 와의 부조화가 눈에 거슬려서 그동안 지나다니면서도 한번도 들어가본 적이 없었다.

충동적으로 큰 맘 먹고 들어가봐야지 했다가 문은 잠겨 있어서 유리창 너머 가게 안만 좀 들여다보았다. 느낌이 나쁘지 않아서 오늘은 그냥 돌아가고 다음에 와야지 했는데, 때마침 저녁 타임 오픈하러 사장님이 오셔서 첫 손님이자 죽돌이로 들어앉았다. 진 토닉 한 잔을 주문하여 홀짝거리면서 잠시 탐색의 시간을 거친 다음 가게가 점점 맘에 들어 충무로 다른 가게에 계신 선배님을 오시라고 충동질했다. 적당히 좁고 어두운 조명, 잔뜩 쌓여있는 술병(와인 80%에 위스키, 진 등의 빈병들), 세월을 제법 먹은 가구들, 재즈의 선율 등 무엇 하나 내 호감을 자극하지 않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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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맛이 있는 실내

무엇보다도 사장님이 인상적인 분으로, 외모로 봐서는 나보다 좀 많은 정도겠구나 싶었는데 대충 67~68년생, 그러니깐 나보다 8~10 살 정도는 더 나이가 드신 인생의 선배님이셨다. 양재에 어느 회사 (IT 제품의 마케팅 컨설팅 업체) 를 굴리면서 부업 개념으로 한 달 전 쯤에 이곳을 인수하셨단다.  가게 오픈 시간인 7시 좀 전에 들어가서 밤 한 시가 훌쩍 넘도록 죽치고 앉아 이얘기 저얘기 나누면서 하우스 와인감으로 추천받았다고 하는 것도 시음할 기회가 있었고, 일본 유학시 (마케팅 전공으로 하쿠호도에서 1년 가까이 인턴 생활도 경험) 이야기도 좀 듣고, 가게를 차린 이야기 등등 어디 가서 돈 주고도 못 들을 (와인을 한병 주문해 버렸으니 값은 치른건가) 얘기들을 듣고, 우리(나와 형진이) 가 사진을 본격적으로 하고 싶다, 언젠가 카페를 하나 갖고 싶다 등등 얘기를 하면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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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 굿맨의 사장님


오늘 찍은 사진을 꼭 이메일로 보내드려야 하는데. 그리고 꼬박 꼬박 찾아가서 기억에 남는 특별한 손님으로 남았으면 한다. 새로운 곳을 발견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는 건 정말 흥미롭고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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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이 대화를 나누기 좋은 작은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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