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감독의 <디-워> 가 9월 드디어 2200 개 이상의 개봉관을 잡고 미국 시장에 도전했다. 그 결과는? 일반적인 와이드 릴리즈 영화의 수입의 30% ~ 60% 를  차지하는 첫째 주말 3일의 흥행 성적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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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박스오피스모조닷컴 http://boxofficemojo.com


금, 토, 일 3일간 모두 504만 달러를 벌여들여 전미 박스오피스 4위를 차지했다 (나중에 5위로 바뀌기도 했지만 그리 큰 차이는 아니니 상관없다고 본다).  그리고 5일째 누적 수입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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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박스오피스모조닷컴 http://boxofficemojo.com


누적 수입 562만 달러로 8위로 내려앉았다. 박스 오피스 순위가 쉽게 들락날락하지 않기 때문에 <디-워> 는 앞으로 6~10 위 권에 머무르게 될 거라고 본다. 스크린당 관객수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의 흥행은 얼마나 장기 개봉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되는데, 9월 ~ 10월 시즌에는 고만고만한 영화들이 나오다가 11월 들어가서 추수감사절 시즌이 되면 다시 기대작들이 릴리즈되므로 그전에 스크린에서 내려오게 될 것이다.

야구가 9회말 2아웃까지는 알 수 없듯이 영화의 흥행도 알 수는 없지만 이정도 진행이면 단정을 내려도 될 것 같다: <디-워> 는 미국시장에서 실패했다.

앞으로 <디-워> 는 미국의 거대한 DVD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 SF 액션 또는 괴수물이라는 장르 영화의 특성상 잘만 하면 제법 판권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평가가 지나치게 나쁜 영화가 그렇게 좋은 성적을 올리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디-워> 가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갈 길은 순탄하지 않아 보인다.

<디-워> 에 대해서는 이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1) 대규모 마케팅과 와이드 릴리즈를 실현한 최초의 한국 제작사 영화이다.
(2) 미국 배우를 기용하고 영어로 영화를 찍음으로서 미국 및 국제 시장을 겨냥했다.
(3) 제작사 자체 기술로 상당한 수준의 비주얼을 보여주었다.

부정적인 평가는 다음과 같다.

(1) 스토리, 플롯, 연출 등 영화의 기초 구성 요소가 너무 불성실했다.
(2) 과도한 애국심 마케팅 기법에 호소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심형래 씨는 제작에 전념하고 감독은 그만두어야 한다.

<용가리> 와 <디-워>를 통해 보여준 그의 역량은 투자를 그러모으고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는 것에서는 감히 견줄 사람이 없을 정도로 탁월했다. 삼성전자와 컨택하여 미국 전시장에 비치된 TV에서 <디-워> 예고편을 틀어달라는 발상을 하고 또 실현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지 않나. 또한 괴수 SF 영화 장르 시장을 알아본 시야도 무시할 수 없으며 주연배우를 미국인으로 기용하고 영화를 아예 영어로 찍는 과감함도 이전의 어떤 영화인도 보여준 적이 없는 대담한 발상이었다.

그러나, 그는 영화에 대해서는 너무나 기초가 부실하다. 배우의 연기를 지도하고 한 편의 이야기를 영상화하는 역량은 그에게는 없다고 봐야 한다.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자기가 하고 안되는 것은 남을 기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게 하면 두 편의 영화에서 공통으로 드러난 패착을 앞으로는 다시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죽을 쒀놔서 앞으로 한국 영화가 미국시장을 두드리기 더 어려워 질 지도 모른다는 송원섭님의 의견에 동의하기 때문에 걱정되긴 한다)


"헐리우드와 경쟁하고 세계에서 흥행하겠다" 라고 떠들어 놓고 정작 돈은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인 결과 대해서는 괘씸하긴 하지만 거기에 속아넘어간 - 사실 이게 속아넘어갔다고 해야 하지 뭐라고 해야 하나. 난 처음부터 그렇게 될 거라고 예상하고 미국 박스오피스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사람들이 바보니 더이상 말하지 않겠다. 분명히 심형래씨는 미국에서 대규모 마케팅을 했고 와이드릴리즈까지 하지 않았나. 이 또한 제작과 마케팅에 보여준 탁월한 능력과 너무나 떨어지는 감독으로서의 역량이 공존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덧. <디-워> 흥행 - 주로 마케팅 측면에 대하여 - 에 대한 글이 몇개 눈에 들어와서 링크를 소개한다:

임시개장: 디-워, 북미 와이드 릴리즈, 그 성과(?)를 중간점검한다.

한윤형의 블로그: [펌] 선빵의 사실관계. 그리고 <디 워> 의 마케팅에 대해서 한 말씀...

쇼박스가 얼마나 무서운 회사인지 새로이 알게 된다. 거기에 좋다고 휘둘린 수많은 선량한 사람들은.... 미안하지만 역시 바보라고밖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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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글 에서 <디-워> 의 진짜 투자금액이 알고 싶다고 써놓았는데 드디어 영구아트의 공시자료로 투자액을 파악한 글이 올라왔다. 역시 알짜매니아 님이다 :) 이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결론만 놓고 말하면 투자액 315억원, 은행대출 80억원으로 은행대출은 단기차입금이라서 투자받은 거랑은 별개로 봐야겠다.

디-워 제작비가 700억이라고 알려졌던 건 순제작비 외에 영구아트무비에서 그간 투자한 간접 비용도 다 포함한 모양이다. 정작 심형래씨 본인은 인터뷰에서 직접 제작비를 밝힌 적이 없는데 - 제작비를 밝히는 자체를 싫어했다 - 어쩌다가 이렇게 알려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는 두 배나 많이 투자 유치를 받아내었으니 그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관련글: 300억? 700억? '디워' 제작비의 진실은?
관련글: [궁금] 심형래 감독 ‘디 워’ 제작비 1500억??  (2005년 12월)
 

그건 그렇고.... 걱정되는 것 한가지: 디워 와이드릴리즈 진짜냐  (두번째 댓글을 보기 바람)

미국측 배급사의 신뢰도가 도마에 올랐다. 9월 개봉 예정인데 8월 현재 현지에서 대대적인 광고를 하지 않고 있다는 건 상당히 맘에 걸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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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붙인 말이 있어서 위로 올립니다.


용가리 이후 몇 년 간 고생한 (것으로 보이는) 심형래씨의 신작  <디-워 D-War> 를 둘러싼 소동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영화평론가나 감독, 기자 등 '업계 사람들' 의 평가는 별 한 개 (다섯개 만점) 정도이고 그에 반해 대중의 평가는 완전 딴판이다. 그러면서 '충무로가 심형래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같은 비난도 상당히 힘을 얻는다.

영화를 안 본 상황에서 떠드는 건 삼가해야 할 상황이지만 양쪽의 주장을 하도 많이 들어서 안 봐도 비디오일거라는 가정 아래 썰을 풀어 봐야겠다. 우선 사실부터 나열해 보자.

1. <용가리>의 실패 이후 잠적한 것마냥 조용했던 심형래씨가 몇년 후 <디-워>의 몇몇 장면을 공개했는데 전작보다 훨씬 더 발전한 CG 가 눈에 들어와 사람들이 다시 기대를 걸기 시작했다.

2. 드디어 <디-워> 의 예고편(트레일러)가 공개되었다. 역시나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꿈도 못 꾼 - 참고로 <괴물> 의 특수효과는 미국의 오퍼니지 The Orphanage 가 맡았다 - 영상이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3. <디-워>의 전문가시사회가 열렸다. 성격상 영화를 만들거나 영화를 정말 많이 보고 정식 교육까지 받은 사람들이 손님이었던 만큼 '영화' 로서의 단점이 확 눈에 띄었다. '확실히 CG는 많이 발전했지만 영화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줄거리, 구성, 연출상의 단점이 너무 많이 보인다' 라는 평가가 대세였다.

4. 영화로 밥먹고 사는 사람들의 혹평 속에 심형래씨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불만을 토로하고 이 와중에 충무로, 즉 영화업계의 심형래 배척론이 불거져 나오고 <디-워>는 어느덧 기존 한국영화계에서 천대를 받으면서도 최초로 미국에 와이드릴리즈를 성공시킨 사례로 대중에게 각인된다. 때마침 학력위조 시비에 심형래씨도 대상에 들어가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더 커진다.

5. <디-워> 개봉. 첫 3일에 40여만명이 본다.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는 200만명을 돌파할 조짐이다. 그리고 여전히 화제성이 높은 걸로 봐서는 300만 ~ 400만도 충분히 넘을 수 있다.

6. 이처럼 상업적 성공 - 300억~700억에 달한다는 제작비를 생각해 보면 성공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 을 거두면서 대중이 인식하는 <디-워> 와 영화계 사람들이 생각하는 <디-워> 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리고 그 영화를 둘러싼 대립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자 그럼 이제부터는 쟁점을 하나씩 정리해 보자.

(1) <디-워>는 CG만 좀 볼만할 뿐 나머지는 너무나 허술한, 기본이 안 되어 있는 영화다.

솔직히 내가 영화를 안봤으니 판단하긴 좀 그렇지만 아무리 CG가 좋아봤자 <트랜스포머> 보다 쳐질 건 뻔하고, 다만 이제까지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특수효과를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시각효과 외의 영역에서 심형래씨의 감독으로서의 능력은 지금까지 그가 만든 영화들에서 충분히 알 수 있고, 그런건 쉽사리 달라질 수 없는 역량이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디-워> 가 많은 허점을 지닌 영화일 거라고는 쉽게 짐작할 수 있고 지금까지의 평가를 보면 그러한 짐작이 별로 틀리지 않은 모양이다.

(2)  심형래씨는 기존 한국 영화계로부터 지나친 푸대접을 받고 있다. 이건 억울한 일이다.

심형래씨는 애초에 개그맨으로서의 그의 인기를 바탕으로 영화에 뛰어든 인물이다. 김청기 감독과 손잡고 <우뢰매> 시리즈에 출연해 성공을 거뒀으며 김기덕 감독과 손잡고 <영구와 땡칠이> 로 공전의 성공 - 그 해 최고의 흥행작은 이 영화라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당시에는 관람객 집계가 거의 불가능했던 데다가 일반적인 영화관보다는 교육회관 등의 장소에서 상영을 많이 해서 더욱 더 실관객수를 알 수 없었다 - 을 거두었다. 이후에 도전한 <티라노의 발톱> 등을 봐도 심형래씨의 관심은 항상 아동을 대상으로 한 가족영화에 있었다.

가족영화라는 장르는 90년대 이후로 한국영화계에서 참담할 정도로 몰락해 버린 영역으로, 심형래씨는 그의 배경이나 추구하는 영역으로 볼때 기존 업계와 상당히 동떨어진 위치에서 활동해 온 사람이다. 또한 충무로로 대변되는 영화업계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당히 배타적인 곳이었고 인력 또한 도제 시스템으로 길러냈기 때문에 심형래 씨는 '이단아' 로서 배척되었을 가능성은 있다.

(3) 심형래씨는 자기 영화의 흥행을 위해 애국심을 부추기고 자신과 충무로의 대립관계를 지나치게 부각시키고 있다.

이건 <용가리> 때와 거의 판박이로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심형래씨는 변함없이 자기의 영화가 당시에 상상할 수 없는 제작비를 투입하였으며 한국 영화의 시각효과 기술을 한 차원 올릴 것이며, 좁은 국내 시장이 아니라 헐리우드와 세계 시장에서 외국 블럭버스터와 당당히 겨루어 흥행할 거라고 강조한다. 결과적으로 볼 때 <용가리> 는 사기극에 가까웠고 - 특수효과 면에서도 우리나라 관객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영상을 제공하지 못했다 - <디-워> 의 경우 확실히 많이 발전한 모양이지만 여전히 제작비나 미국 개봉 규모를 실제보다 부풀려 홍보하는 버릇은 그대로이다. 게다가 영화 끝부분에는 세계 영화시장을 무대로 고군분투하는 자신의 노력을 강조하고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부가 영상을 덧붙였다.


현재  <디-워> 는 거센 찬반 양론을 자양분삼아 점점 더 많은 사람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나는 이 영화를 둘러싼 소동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1. 심형래씨는 탁월한 제작자이며 사업가이다.

<용가리> 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제작비를 모아 - 대체 누가 출자했는지 알 수가 없다. 이건 꼭 누군가가 밝혀 주면 좋겠다. 자신이 700억이라고 한 거 보면 실제로는 200~300억 정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어쨌든 한국영화계에서 100억 이상 모은 경우가 드물지 않나 -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 데 성공했다. 장선우 감독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의 실패 이후 어디 산속에 들어가 숨어살기라도 하는지 아무런 활동을 보여주지 못하는 걸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다.

2. 심형래씨는 감독으로서의 재능은 형편없다. 그러나 애초에 그의 관심은 다른 데 있었다.

지금까지 그가 감독한 영화들을 보면 두말 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줄거리도 엉성하고 연출은 뜬금없다. 내가 보기에는 심형래씨는 애초에 그쪽으로는 별로 관심이 없다. 어쩌면 그는 상업영화에서는 그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수많은 헐리우드 블럭버스터 중에서 비평가를 만족시킨 영화가 얼마나 있었는가. 처음부터 그런 방향으로 만들지도 않은 영화를 두고 '스토리가..연출이....플롯이...' 라고 문제삼는 비평가들은 헛다리를 짚고 있는 것이다.

3. 심형래씨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 알고 있다.

우리나라 규모의 시장에서 수백만명이 보는 영화는 '평소에 극장에 잘 가지 않는 사람들이 보러 오는' 영화여야만 한다. 평소에 극장에 잘 가지 않는 사람들은 비평가나 전문기자, 영화애호가들과는 완전히 영화를 보는 관점이 다르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영화는 다른 여러 오락 매체 중 선택할 수 있는 한가지 대안에 불과하며 영화 한 편을 보는 데 투자하는 비용과 시간 만큼의 만족을 얻을 수 있으면 충분하다. 대중에게 내러티브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트랜스포머> 는 줄거리나 연출이 그렇게 훌륭했나? 영화를 보고 나온 다음에 자동차가 눈에 뜨일 때마다 저 차도 혹시나 변신하지 않을까 라고 상상하게 한 것만으로 이미 게임은 끝났다. <디-워> 도 마찬가지다. 영구아트무비라는 국내 회사의 기술력으로 그정도 영상이 나온 상황에서 이미 대중은 만족했다. 게다가 심형래씨는 애국심과 자부심이라는 사람들이 은근히 좋아하는 가치까지 더하고 있다.

4. 자신의 지적인 능력과 전문성에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은 한편으로는 외골수이기 쉽다.

사람들은 자신이 흡족해하는 것에 대해 누군가가 딴지를 걸기 시작하면 두 가지 반응 중 하나를 보이게 마련이다. 얼른 입장을 바꿔 그 쪽에 붙거나 아니면 딴지 건 사람을 비난해서 무너트린다. 이건 종교, 정치, 문화 등 모든 면에 대해서 동일하게 작용한다. 딴지 거는 사람이 별로 권위가 없으면 그런 경향은 더욱 심해진다. 영화 감상이 그렇게 권위가 필요한 일인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영화 감상이란  한정된 시간 안에 자신의 감각과 머리를 써서 무언가를 소비하는 행위일 뿐이다. 책 한권 읽거나 노래 한 곡 듣는 거랑 마찬가지이다. 그냥 재미있거나 슬프거나 즐겁거나 해도 충분히 한 편의 영화를 즐긴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영화를 만든 사람 이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있는데 수많은 비평가나 전문기자들이 그렇다. 물론 그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고 그들의 노력 덕분에 영화는 이만큼 의미를 부여받으면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정말 잘못 짚었다. 사람들이 무엇에 열광하는지 모르거나 무시한다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천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본 <태극기 휘날리며>나 <괴물> 이 미국에서 고작해야 몇십개 ~ 백여개 의 스크린밖에 못 잡고 그나마 흥행도 형편없는 현실에서 1500개의 스크린 을 잡는 영화가 나왔는데 - 비록 사실보다 훨씬 부풀려졌다 해도 말이다 - 사람들이 그걸 얼마나 기뻐하고 그 화제의 영화를 보고 싶어하지 않겠는가. 거기에 대고 영화가 기본이 안 돼 있고 내러티브가 허술하고라니.... 지하철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 외치는 격이다.

5. 이번 <디-워> 소동은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소동과 굉장히 비슷하다.

한 영화제작자 개인의 성과가 어느새 한국인의 자부심과 국익, 애국심의 문제로까지 비화되어 버렸다. 그만큼 국민적 이슈가 된 상황에서 던지는 비판은 맞는 얘기이든 엉터리이든 그 내용과는 무관하게 상당한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다.  

좀 비겁해 보일지는 몰라도 <디-워> 에 대한 비판은 그 영화가 미국시장에서 참패를 거둔 후에 하면 된다. 줄기세포 사건의 경우 논문의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차츰 증거가 더 모이고 모여 마침내 대중도 문제점을 인지하게 되었다. <디-워> 가 미국시장에서 실패하면 대중의 평가도 바뀔 수밖에 없고 지금 제기된 문제점에 대해서 긍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성공한다면? 그건 좋은 일이니 궁시렁거릴 필요가 무어가 있는가. 미국영화시장을 공략하려면 이렇게 하면 된다는 모범 사례가 하나 생길 뿐인데.

솔직히 나는 심형래씨의 수완에 감탄하고 있다.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고 하지 않던가.  에드 우드의 <외계에서 온 9호 계획> 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컬트 팬까지 생긴 건 순전히 그 영화가 '세계에서 가장 못 만든 영화'라는 칭호를 받은 다음부터였다. 학력위조 문제까지도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시키다니 얼마나 대단한가. 그가 제작비나 미국 개봉 규모에 대해 뻥을 쳤든, 과도하게 애국심과 연결시키든, 자신을 충무로에서 박해받으면서도 꿈을 잃지 않는 영화제작자로 포장하든 말든 간에 <디-워> 는 평소같으면 극장에 가지 않을 사람들까지 '한번 봐 볼까'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과장해서 말한다면 영화를 놓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미 심형래씨의 페이스에 말려들어간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으면 멜 깁슨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를 놓고 유태인 사회가 어떻게 말려들어 영화의 흥행에 기여했는지 한번 되새겨 보기 바란다. (참고글: 딴지일보 [단상]<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의 마케팅 전략)

이무기는 아직 용이 되지도 않았는데 이게 대체 뭔 소동이람.


덧. 내 마지막 문장과 관련하여 미국에서 과연 언제 어떤 규모로 개봉하는지 알고 싶어서 좀 찾아봤는데 도무지 웹에 공개된 자료가 없었고, 대신 이 글을 찾았다. '애국심 마케팅이 아니라 영웅 설화 마케팅이다' 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볼 수 있다. 아울러, 내가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서술하고 있으니 꼭 읽어보시길.

덧. 어쩌다 보니 이 글도 찾았다. 글의 내용은 대동소이한데 재미있는 것은 댓글, 즉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거나 또는 아직 안 봤지만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반응이다. 사람들이 무엇에 화가 났는지 잘 알 수 있는 사례라서 올린다.

덧. 짧은 글로 한방 먹이는 데 일가견이 있는 산왕님의 글이다. 강력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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