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찾아가는 영화전문 팀블로그 익스트림무비 http://extmovie.com 의 필진 가운데 DJUNA 라는 필명을 가진 사람이 있다. 여러 편의 소설을 써낸 작가이자 영화평론가로 씨네21 이나 다른 잡지에도 기고하고 듀나의 영화낙서판 http://djuna.cine21.com/xe/ 이라는 자신만의 공간도 운영하고 있다. 

늘 필명으로만 활동하고 TV 같은 매체에 인터뷰 한번 한 일이 없어서 지금도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사람(공동창작집단이라는 말도 있다)인데 그런것 보다도 DJUNA 는 다른 어떤 영화평론가보다도 안티와 팬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기로 유명하다. 그만큼 독특한 자기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데, DJUNA 의 글은 다른 영화평론가들이 흔히 하듯 영화에 대한 전문지식을 과시하는 설명문스러운 평론과는 많이 차이가 있다. 씨네21같은 공식적인 매체에 기고하는 글은 그런 느낌이 덜하지만 DJUNA 의 글은 구어체로 읽는 사람에게 속사포처럼 질문을 던지고 바로 자기 해석을 덧붙이는 경우가 많다.  마치 동행인을 붙잡고  핏대를 올리며 방금 본 영화에 대해 떠드는 영화팬을 연상시킨다. 

그러다보니 DJUNA 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잘난척한다", "비아냥거리는 말투가 거슬린다", "싸가지가 없다" 라는 식으로 비난하곤 한다. 내가 처음 DJUNA 의 글을 읽었을 때에는 꽤 당황했더랬는데 이제는 왠만큼 적응도 된 데다가 괜히 어려운 어휘를 구사하는 일이 거의 없어서 - 하지만 만만치 않은 배경지식을 과시하기 때문에 '뜻밖에 현학적인' 스타일이기도 하다 - 솔직히 '좋아한다.' 

하고 싶은 말을 숨기지 않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일은 어렵다. 자칫하면 지적한 내용에 대해 생각하기도 전에 감정적으로 울컥해서 '이게 나한테 시비거나' 하는 반응을 불어일으킬 위험이 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인데, 어떻게 보면 DJUNA 의 글은 여성의 말투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런 위험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대신 '(잘난척하는)짜증나는 여자' 라는 이미지가 점점 더 굳어지는 문제가 있지만). 그러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한발짝 물러서서 제 3 자의 시선을 유지하는 터라 '영화에 필받은' 또는 '영화 보고 열받은' 사람 입장에서는 아주 껄끄러울 수 밖에 없다. 왠지 바보취급 당하는 거 같으니깐. 

아무튼.... 영화에 대한 DJUNA 의 글을 읽는 것은 때로는 평론의 대상이 되는 영화를 보는 것보다 더 즐거울 때도 있다.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평론가는 정말 흔치 않다. 대개는 어려운 말로 잔뜩 버무린 양념을 담뿍 담은 숟가락만 영화에 얹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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