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일요일, 저녁 8시에 예술의전당 콘서트관에서는 일본의 젊은 여성 기타리스트 무라지 카오리 村治佳織 의 내한공연이 있었다. '프로젝트 AB' (요즘 겁나게 비싸진 R, S석은 포기하고 망원경을 준비해서 상대적으로 싼 A, B석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시도) 의 일환으로 이번에도 어김없이 가장 싼 A석 표를 사서 찾아갔다.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여류 기타리스트라는 화제성도 있으면서 (이름은 익히  들어본) 비올라 연주자 리처드 용재 오닐과의 협연도 덤으로 볼 수 있으니 이래저래 좋은 일.


미모에 혹해서 보러간 건 절대로 아님....


도착해 보니 꽤 큰 공간인데 덩그러니 악보대와 의자, 마이크만 있어서 좀 놀랐다. 이럴 거면 소극장에서 소수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게 나았을 거라고 (하지만 그랬다간 티켓 가격이 적어도 세 배는 뛰었을 테니 아예 볼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아쉬워 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적절히 혼합하여 배치한 선곡으로, 사실 내 입장에서는 사카모토 류이치 坂本龍一 의 아름다운 피아노곡 <Merry Christmas Mr. Lawrence><Energy Flow> 를 기타에 맞게 고쳐 연주한 맨 처음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클래식의 경우에는 사전 지식이 없이 들으면 아무래도 도중에 포기하고 마는 단점이 있기도 하고, 클래식 기타가 애초에 그렇게 음량이 큰 악기가 아니다 보니 7~8 분이 넘어가는 곡에 계속 주의를 기울이는 일이 쉽지 않았다. 

피날레를 장식한 리처드 용재 오닐과의 협연은 비올라라는 좀 어중간한 포지션의 악기가 상당히 아름다운 소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과, 반주악기로서도 뛰어난 기타의 포용력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사실 그를 어제 처음 만났습니다만 이름은 알고 있었습니다. 커피 광고에서 봤어요... 꽤 유명한 분이지요? 우리는 동갑내기랍니다" 라고 차분하게 (영어로) 이야기하는 모습도 좋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내 <Energy Flow> 의 멜로디가 머리속을 맴돌았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피아노 연주도 좋아하지만, 기타의 현을 퉁기는 소리가 은근히 좋기도 하고 애조 띤 원곡보다 좀 더 포근한 느낌을 주어서 도무지 잊을 수가 없다. CD 를 사던가 해서 꼭 음원을 손에 넣고 싶어졌다.




 <Tears in Heaven>
(에릭 클랩튼 Eric Clapton) 의 기타 편곡 연주



사카모토 류이치가 연주하는 <Energy Flow> 원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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