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한자 좀 줄여 주시면 안될까요? 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2년만에 같은 주제를 다시 다루게 되었다. 어김없이 판에 빼다 박은 장례 후 감사 인사가 사내 이메일을 통해 날아들어온 것이다. 

삼가 感謝의 人事 드립니다. 

今般 저희 아버님 喪事時에 公私多忙하신 中에도
遠近을 不問하시고 鄭重하신 弔慰와 厚意를 베풀어 주신
德澤으로 葬澧를 無事히 맞쳤음을 眞心으로 感謝 드립니다. 
일일이 찾아 뵙고 人事드림이 道理인줄 아오나 
慌忙中이오라 于先 紙面으로 人事드림을 
寬容하여 주시기를 바라오며, 貴家庭의 哀慶사시 연락하여
주시면 고마운情 잊지않고 찾아뵈올 것을 約束드립니다.

 故人의 冥福을 빌어주신데 대하여 다시 한번 감사드리오며,
貴家庭에 健康과 幸運이 깃드시기를 祈願 드립니다. 

2009년 xx월 xx일

○○○ 拜上

'나이드신 분 위주로 적은 편지라 한자 일색일 거야' 라고 좋게 봐주고 싶지만 늘 복사해 붙인 다음 이름만 바꾼 듯한 글을 반복해서 보는 것은 그리 좋은 경험이 아니다(사실은 짜증만 난다). 정말 감사해서 인사드리는 거라기 보다는 원래 상주는 이런 글을 돌려야 하니깐 그냥 돌리고 보는 절차의 하나일 뿐이라는 느낌이다. 마음에도 없이 저런 글을 올린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슬픔을 딛고 마음을 정리한 후 도움 주신 분들께 보내는 감사 인사가 저렇게 구태의연한 문구로 가득차 있으면 그 가치가 빛바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한자는 딱 이 두 글자까지만 쓰면 좋겠다.


나라면 이렇게 쓰겠다. 

감사 인사 드립니다. 

이번 저희 아버님 장례에 바쁘신 중에도 먼 길 마다않고 와주신 덕택으로 
장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드려야겠지만 이렇게 편지로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너그러이 양해 부탁드립니다. 

함께 슬퍼해 주시고, 남은 저희들을 격려해 주셔서 다시 한 번 
정말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올림

물론 실제로는 좀 더 살을 붙이고 글을 가다듬어야겠지만 아무튼 인쇄기로 찍어낸 듯한 감사글보다는 훨 나을 거란 생각이다. 


덧. 이런 '판박이 감사 인사' 의 압권은, 글로벌 컨설팅 기업 출신인 어느 임원이 돌린 사내 메일이다. 

I write to thank you on behalf of my family for your support during the funeral of my late father (□□□□□□□ □□□□) last week. Obviously it would be appropriate to thank you in person and although I intend to do in the near future, I hope that you will understand and forgive me that I write this letter first.

We were very grateful that you were able to express your sympathy and sorrow despite your busy schedule. Your condolence was a source of strength that allowed us to complete the proceedings properly.

I wish you and your family well and I hope that you will not hesitate to call upon me if I may be of service to you in anyway.

Yours sincerely

○○○○○○○○  ○○○○

놀랍게도 한문 투성이의 문장을 고스란히 영어로 옮겼다....놀라워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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